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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길에서 납치, 살해 당하는 시대 … 조명의 역할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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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의 기본은 안전, 범죄예방조명 보급에 힘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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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절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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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야간에 강력사건이 빈발하면서 ‘안전조명’과 ‘범죄에방환경설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올해 5월에 열렸던 경향하우징페어를 참관하고 있는 일반시민들의 모습이다. (사진=취재부 조영희 기자) | |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조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높아졌다. 이런 흐름을 타고 조명을 이용해 생활공간을 편리하고 아름답게 연출하려는 욕구도 강해졌다. 조명으로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려는 지자체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안전조명’이나, 범죄를 막기 위한 ‘범죄예방조명’은 등한시돼 왔다. 그 결과 집앞 골목길에서 납치된 여성이 살해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밤길이 무서워 밤이면 집밖에 나서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조명이 안전을 지키는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화려한 야경에만 정신 팔려 ‘안전조명’은 등한시해
밤길 밝혀 시민의 안전 지키는 조명의 기본을 망각해
어두운 길, 공터 등에 범죄예방조명 도입해 범죄 막길
지난 5월 경기도 수원시에서는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20대 여성이 집 근처 골목길에서 납치돼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토막 살인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오원춘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오원춘사건’이 발생한 직후 사건 현장을 찾아갔던 기자들은 “사건이 일어난 곳은 CCTV나 가로등이 설치되지 않아서 두려움을 느낀 동네 주민들이 밤에는 나다니지 않던 곳”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주민들이 사건이 발생한 뒤에 CCTV와 가로등 설치에 나선 지자체에 대해 ‘우리가 그렇게 요구해도 들은 척 하지 않더니 사람이 죽고 나니까 이제 와서 CCTV와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이냐’면서 당국의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고 전했다.
‘오원춘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여러 사회단체와 언론매체에서는 ‘어두운 밤길이 강력사건 발생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어두운 밤길을 없애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여론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어두운 밤길을 없애겠다” 다소 고답적인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원춘사건’이 발생하고 난지 2개월이 지난 7월이 돼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통영에서는 아침에 등굣길에 나섰던 여자 초등학생이 납치돼서 살해 당한 뒤에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이 벌어져 초등악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 올레길 을 찾았던 40대 여성 역시 오전 9시 경에 올레길 답사에 나선 뒤 실종됐다가 살해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건들은 모두 평소 우범지대로 지목되던 곳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신변안전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은 채 하루에도 몇 번씩 이용하는 장소, 즉 평범한 일상생활 공간 가운데서 일어났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제는 집 앞 골목길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상 생활공간이 우범지대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통영 초등학생 납치 살해사건과 제주도 올레길 여성 살해사건 이후에 국민 대다수가 ‘신변안전’에 불안감을 느끼고 밤길을 나다니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첫 번째 대응은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인 울산시에서 나왔다. 7월 25일 울산 지방경찰청에서는 “최근 발생한 제주 올레길 여성 살해사건과 경남 통영 아동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아동 및 여성 성범죄 예방 및 검거활동 강화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 지방경찰청은 “특히 성안옛길과 솔마루길 등 울산의 주요 산책로에 대해 정밀 방범진단을 실시하고, 산책길 입구와 출구 및 범죄취약지역에 CCTV와 가로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서 CCTV 설치와 가로등의 설치가 핵심적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범죄예방환경설계’ 필요성 대두돼
이와 같이 울산 지방경찰청이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 일종의 감시장치인 CCTV와 조명시설인 가로등을 설치하려는 것은 일견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CCTV가 있는 곳에서 일부러 범죄를 저지를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장소라도 밝은 상태일 때보다는 어두운 상태일 때가 범죄 발생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장소에 가로등을 설치하려는 것 역시 적절한 대책이라고 할 수가 있다.
울산 지방경찰청이 내놓은 것처럼 CCTV나 가로등 같은 시설물을 설치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려는 것을 전문용어로 ‘범죄예방환경설계’, 즉 셉테트(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라고 한다. ‘범죄예방환경설계’는 도시환경의 설게를 통해서 범죄를 방지하는 선진국형 범죄 예방 기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CCTV의 위치 설정, 조명의 밝기 조절, 지하주차장 비상벨 설치 등이 대표적인 ‘범죄예방환경설계’의 기법이다.
아파트단지의 경우, 도둑이 가스배관을 타고 들어와서 물건을 훔쳐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2층 가스배관에 방범 커버를 씌우는 것,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입구를 주민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는 것, 주민의 이동 동선에 CCTV를 설치해서 항상 모니터링하는 것, 우편함이나 택배함은 아예 아파트 외벽에 설치해서 강도가 택배기사로 위장해서 아파트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등 ‘범죄예방환경설계’의 기법은 다양하다.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범죄예방환경설계’는 도시와 건축의 설계단계에서부터 범죄 예방 개념을 도입해서 범죄자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만들자는 것을 기본 컨셉트로 삼고 있다.
‘밝은 조명’ 설치하면 범죄률 감소
특히 지하주차장의 조명을 밝게 해서 음침한 분위기를 없애거나, 아파트단지 내 도로에 가로등을 적절하게 설치해서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을 쉽게 식별하도록 하는 것, 구석진 공터 같은 곳에도 보안등을 충분하게 설치해서 범죄자들이 범행을 저지를 생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범죄예방환경설계’의 기본이다.
이런 ‘범죄예방환경설계’가 한국에 도입된 것은 1990년대에 이르러서이다. 실제로 ‘범죄예방환경설계’를 도입해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2005년 국내에서 최초로 ‘범죄예방환경설계’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부천시 고강동과 심곡동 일대 주택단지는 범죄 발생 비율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곳은 첫 번째 시범지역이기 때문에 CCTV나 밝은 조명을 설치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범죄 발생률은 ‘범죄예방환경설계’ 도입 이전에 비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광교 신도시에도 2004년 비록 초보 수준이긴 하지만 ‘범죄예방환경설계’ 기법이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지하 주차장에 차량 출입 차단기와 CCTV를 설치했으며, 조도를 밝게 유지해서 10m 거리에서도 사람의 얼굴 식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범죄예방환경설계’는 첨단 기기를 도입해서 범죄를 막는다는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그보다는 건축물과 도시의 설계 단계에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미리 없애도록 한다는 일종의 ‘세심한 배려’라고 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범죄예방환경설계’의 효과는 이미 현실의 사례를 통해서 입증이 되고 있다. 앞에서 예로 든 부천시 고강동과 심곡동 일대의 주택단지가 좋은 증거이다. 이곳은 단순히 CCTV와 밝은 조명을 설치한 것만으로도 범죄률이 20%나 줄어들었다.
‘범죄예방환경설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조명이다.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는 특정한 기회는 상당 부분 범행 지역의 공간적 특성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즉, 범행 장소가 밝으냐 어두우냐에 따라서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범행을 저지르지 않게도 된다는 뜻이다. 직설적으로 표현을 하면 “어두운 것에서는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김길태나 조두순 같은 흉악범들이 범행을 저지른 장소는 대부분 폐가와 후미진 골목이 많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도시, 아파트단지, 주거단지, 주택, 지하주차장, 도로, 공원, 놀이터, 골목길, 공터 등 모든 도시 및 생활공간 속에서 어두운 상태로 방치된 곳에 조명을 설치해서 밝은 환경을 조성해 주고, 10m 밖에서도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조도를 공급한 뒤, CCYV를 설치해서 만에 하나 범죄가 발생하면 범인을 신속하게 식별해서 검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범죄예방환경설계’의 핵심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이와 같은 ‘범죄예방환경설계’는 아직 제대로 인식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 2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 같은 범행이 벌어지면 너도 나도 나서서 “밤길이 무서워서 밤에 안심하고 나다닐 수가 없다”거나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늘려서라도 가로등 설치를 늘려서 밤길이나 공터가 범죄 현장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국민들의 질타가 빗발치지만 아직도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는 “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어두운 상태로 방치된 곳”이 수두룩하다. 또한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 역시 그다지 높지가 않다. 밤길에서 살인사건이나 발생해야 사건일 일어난 곳에 CCTV나 가로등을 몇 대 추가로 설치하는 식의 땜질 처방이 고작이다.
‘조명의 기본은 안전’ 재인식해야
전국 또는 각 지자체 단위로 방치돼 있는 어두운 주택가 도로나 골목길, 공원, 공터 등의 숫자를 조사하고, 여기에 CCTV나 가로등, 보안등을 설치하자는 일종의 ‘잠재적 우범지대 근절대책’ 같은 것을 내놓는 정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수원 2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기도에서 “어두운 곳에 조명을 설치해서 범죄발생률을 낮춰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인 것, 그리고 이번에 울산 지방경찰청에서 “범죄 예방을 위해 산책길에 CCTV와 가로등 설치를 할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와 협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반면에 각 지자체마다 곳곳에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하겠다거나 조명축제를 개최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거나 건물이나 교량, 고궁에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해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계획이나 사업은 빈번하게 발표되고 있다.
중앙정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가 않다. 정부는 요즘 LED조명을 보급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지자체에 LED조명 설치를 권장하고, 일부 LED조명 설치비용은 지원을 하는 등,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붓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그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밤에 집 앞 골목길에서, 후미진 공터에서 폭행을 당하고, 납치되고, 살해되는 일이 매월 어김없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예산을 총동원해서라도 국민들이 밤길을 안심하고 걷게 하겠다”는 면피성 대책이라도 내놓는 곳이 없다. 이것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대학 반값등록금 실현에 수 천억 원을 쏟아 붓겠다는 정당들도 마찬가지이다.
조명업계나 조명 전문가 집단 역시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안전조명(Safety Lighting)'이나‘범죄예방을 위한 조명설계(CPTLD)Crime Prevention Through Lighting Design)에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 실정이다. 또 이에 대한 학술적, 실증적 연구 또한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조명의 기본적인 역할이 어둠을 밝히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라면, 국내 조명 관게자들은 그 조명의 기본을 등한히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렇게 정부, 지자체, 조명업계, 조명업체, 조명디자이너, 조명학계 모두가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어두운 밤길에서는 폭행과 강도, 성폭행, 납치, 살인 등 흉악한 강력범죄가 난무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인 동시에, CCTV와 밝은 조명 설치라는 단순한 노력만으로도 범죄를 20% 이상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작은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조명의 기본’도 못하면서 ‘거창하고 화려한 경관조명의 허상’에 취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의 재산과 안전, 생명을 지키는 ‘안전조명’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또한 조명을 이용해서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범죄예방조명환경설계’도 연구, 개발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어둠을 밝히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는 조명의 기본적인 역할이며, 시대적인 요청이다.
한동안 우리는 조명이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것, 그래서 밤길의 안전을 지키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역설해 왓다. 그 결과 조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과 기대는 다양해지고 폭이 넓어졌다. 또 애간경관조명과 교량조명, 미디어 파시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조명의 영격과 역할도 발굴해 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너무도 멀리까지 나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조명의 기본을 잊어버리고 만 것은 아닐까? 조명의 기본은 다 하지 않으면서 부차적이고 비(非)본질적인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던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로부터, 또 그에 따르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김중배 大記者 ceo@koreanligh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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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2/08/06 [13:48] 최종편집: ⓒ 한국에너지절약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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